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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김성훈 감독, 하정우 주연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스토리는 예고편에서 나왔던게 전부입니다. 그러니 영화를 안보신 분들은 포스팅을 읽는것을 피해주시길 바랍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시작됩니다. 기아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인 정수(하정우)는 터널을 지나던 도중에 터널이 붕괴되는 일을 맞이하게 됩니다. 관객들은 영화의 극초반부터 시작된 붕괴에 말을 잊게 됩니다. 그리고 너무 빨리 진행된 사건때문에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까도 사실 궁금하게 됩니다. 이렇게 앞뒤 설명없이 무너진 터널을 보면 현실에서도 사고라는게 정말 앞뒤없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본다면 비슷한 맥락인것도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세월호를 좀 더 사실적으로 그리고 사건 당사자 입장으로 바라봐서 새로 재구성한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지까지 많은 사건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나 제3자의 입장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복수를 꿈꾸는 영화들도 사실 사건을 당한 당사자라기 보다는 제3자라고 본다면 말이죠. 이 영화 내에서도 보호자인 부인 세현(배두나)이나 하정우만 생각하는 소방관 대경(오달수)의 입장도 꽤나 반영이 되지만 영화를 진행해 나가는것은 어디까지나 정수(하정우)의 시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는 나름 새로운 시선의 영화였습니다. 정수는 좁고 좁은 차안에서 갇힙니다. 그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약간의 생수와 밧데리가 얼마 안남은 핸드폰, 그리고 딸 아이의 케익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이동진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클래식 라디오방송 정도가 되겠네요. 핸드폰으로는 현실적인 구조자인 대경과 연락을 할 수 있습니다. 대경은 정수가 폐쇄공포증, 호흡곤란 혹은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안오도록 최대한 그를 도와줍니다. 우리는 한번도 영화내 갇힌 주인공이 공황장애나 호흡곤란등이 올거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을텐데 말입니다.


 여타의 재난영화와 달리 터널에서는 주인공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우연하게 발견한 다른 생존자와의 물 나누는것과 자신이 포기하지 않는 것 정도 이외에는 사실 정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요. 심지어 허리펴는 장면 조차 영화의 후반부에 가서야 나올정도입니다.


사진출처: 터널


영화는 사실적이면서도 신파적인 장치가 많았습니다. 사실적인 장면들은 정말 수없이 많았죠. 정수가 곧 나올거라는 소식을 들은 기자들은 세계기록을 못 깼다며 아쉬워 하는 장면, 피해자보다 중요한 사진찍기, 알아서 협의하세요. 등은 현실적이라서 보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정수가 구조될때 정수의 길을 막고 있는 기자들은 정말 최고의 꼴볼견 명장면이지요. 하지만 사실적이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은 정수의 공황장애, 그리고 정수를 구하려다가 죽은 터널인부에 관한 장면이었습니다. 


정수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그의 살고자 하는 의지는 여타의 사람보다 조금 더 강할뿐이지, 캡틴 아메리카나 여타의 주인공들처럼 초인적인 힘 혹은 전문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영화의 중반부에 등장한 같이 매몰된 여자 미나(남지현)는 시간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제가 생각한 인상적인 장면이 나오는데요, 바로 정수가 자신이 그나마 공감하던 유일한 사람인 미나가 죽자 공황장애가 와서 호흡곤란이 옵니다. 그 후에도 몇번의 호흡곤란이 오는데, 이렇게까지 피해자의 입장을 잘 묘사한 영화는 사실 처음본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정우씨가 연기를 잘하더라구요. 또환 그가 생존이나 붕괴에 대해서 전문지식이 없는 만큼 그의 불안한 태도와 눈빛은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심어주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로는 정수를 구하려다가 죽은 인부인데요. 이것은 세월호와 같은 상황이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세월호 사건도 아이들을 구하려다가 잠수부가 돌아가셨죠. 그로 인해서 여론은 급악화 되었으며 '사실상 죽은 사람때문에 산 사람이 죽어야 하냐' 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세월호의 유가족들은 그로인해서 사회적인 질타와 반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부가 죽자 여론은 급악화 되었고 제2터널의 발파까지 찬성하는 여론이 형성되었습니다. 심지어 죽은 인부의 어머니가 정수의 부인인 세현에게 와서 계란을 던집니다. 남몰래 드렸던 부조도 거절당한 세현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을 어머니께 합니다. 


사진출처: 터널 , 전문가들이 홀대받는 이상한 나라.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아직은 냉철하다기 보다는 감정적입니다. 그래서 언론의 선동을 당하기 쉬운것같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은 귓등등으르도 듣지 않고 보고싶은것 듣고싶은것만 듣는 경향이 강하죠. 터널을 못지은건 시공사와 무책임하게 인가를 해준 나라의 책임입니다. 매몰된 사람들도 피해자이지요. 하지만 우리의 총구는 강자보다는 약자를 겨누는 경향이 짙습니다. 인부가 죽은게 나라탓이다? 라고 시작되는 순간 그 인부는 질타를 받고 빨갱이로 점철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같은 피해자인 그러나 왠지 직접적인 가해자같은 피해자 탓을 돌리면 오히려 동정을 받는게 우리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이상합니다. 터널에 매몰된 순간에 정수가 아닌 나 였을 확률도 존재합니다. 우연하게 정수가 그곳을 지나갔을 뿐이고 갇혀있는 정수는 사회에 아무것도 아무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해서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소리를 우리사회의 이익을 반하는자(신도시 개발 저해),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목소리로 바꿔 포장합니다.

그는 반복해서 한 소리만 내고 심지어 그 소리의 빈도조차 줄어들고 있지만 제멋대로 가공하는 기자들과 언론들에 선동당한 국민들은 그 소리조차 외면하고 오히려 그와 그 가족들을 질타하기 시작합니다. 


'지겹다, 그만하자. 피해자가 벼슬이냐'



누군가를 살린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하다못해 포켓몬 구하는것도 시간이 드는일입니다. 매몰된 사람, 가라앉은 배를 꺼내는것은 더욱 어렵고 더욱 시간이 많이 드는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빨리빨리, 성과주의에 물든 우리나라 사람에게 1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이 사안은 지겨워지고 오히려 반감을 일으킵니다. 수십년간 살아온 성과주의에 비판적인 언론이 조금이라도 가미가 되는 순간, 피해자는 이제 '사회에 해를 끼치는 자'로 변해있습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건 누군가요? 언론인가요? 아닙니다, 언론은 그저 조력자 역할만 했을뿐입니다. 피해자를 사회의 악으로 바꾼 자들은 우리 입니다. 우리가 저 순간에 있었다면 사건사고의 당사자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잠재적인 피해자인 우리. 그런 우리가 피해자에게 제일 잔인하게 총구를 겨누고 그들을 질타하고 있었습니다. 진짜 가해자였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담당자들은 조용한 채로 말이죠.



한줄평: 뉴스같은 영화, 현실적이어서 보기싫은 하지만 재밌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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