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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후덕입니다. 

방학이 시작 된지 이제 3주차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작 기념으로  고른 책은 만약은 없다. 입니다. 

예전에 본 책에서도 응급의학과에 대한 설명이 있긴 했었는데, 이렇게 실제 사례들과 철학적인 고민들이 적절하게 섞여 나온 책은 처음인것 같습니다. 




 남궁인씨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시고 응급의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신, 응급의학과 전문의입니다. 

이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정소모는 엄청나게 큽니다. 따라서 희로애락을 그 어떠한 직업보다 많이 가지게 되는 직업입니다.  

의학을 전공하는 저도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잘 가늠이 안되지만, 일반인들은 더욱 가늠이 안되실겁니다. 분명히 내가 먼저 왔는데, 늦게 온 환자가 먼저 진료를 받는다거나, 별로 안심해보이는데 의사가 CT, X ray를 찍자고 하자고 하는일들은 환자들이 보았을때는 비합리적인 행위일수도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의 뒤엉킨 순서들은 의사들이 삶과 죽음을 기준으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이 책을 보시면 응급의학과 그리고 응급실 더 나아가 의사로 사는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 그리고 재밌는 일인지 알수 있습니다. 

자신의 환자가 죽자, 슬퍼하는 의사의 뒷모습.

"내가 겪었던 시간들이 그 틈으로 자연스럽게 밀려들었다. 의학을 6년 공부했고, 의사로 6년을 일해왔다. 내내 사람을 살리는 법만 배웠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살릴수 있는지만 연구했다. 살리지 못했다고 괴로워하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겹쳐왔다. 하지만 지금 나는 환자의 목숨을 끊으려 하고 있었다. 이 손으로, 죽이려 하고 있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서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치밀하고 압도적인 스위치였다. 나는 전신에 한기가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치밀하고 압도적인 스위치 중 p98 




이 챕터는 안락사에 관한 챕터입니다. 제가 다니는 의대에서는 점 빼는것, 사람 죽이는법, 피부 레이저 시술 등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전국 어느 의대를 가더라도 그런건 가르쳐 주지 않고, 심지어 생명에 관련된 것만 배워도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안락사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행위입니다.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로 수많은 의사들이 방어적 진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라고 할 수없을 정도로 망가진 사람들을 추하게나마 생명연장을 하게 하는 게 과연 인간이 해도 되는가는 철학적인 논쟁을 가집니다. 하지만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로 법률적인 관점으로 보면 의사는 자칫 잘못했다가는 면허증이 휴지조각이 되며 심지어 감옥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보호자가 본인이 아무리 편안한 죽음을 원해도 말이죠....

따라서 이건 물론 소설의 한 부분이지만 실제로 현실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필로그 부분입니다.


"네가 건네준 글을 보는 순간 나는 아들을 사지로 밀어넣었다는 죄책감뿐이었다. 네가 하는 일이 힘들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일들 사이에서 네가 어찌 될까 두려웠다. 나는 몸이 떨려 간밤에 한숨도 잠들지 못했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의사들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입니다. 어쩌면 그건 의사가 그동안 자초해온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단 한명의 의사와 여럿의 간호사가 하룻밤 사이에 200명의 환자를 처치하는일은 분명히 정상적인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어렸을때부터 주입된 생각때문인지 몰라도, 바쁘고 힘들어야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생명을 다루는 의사라는 놈들이 편안하게 돈벌면 그게 그만큼 배아플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생명을 다룬다는것은 차를 모는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지도 모릅니다. 의사는 저 세상으로 갈 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내주거나, 자식들을 만나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들이 한명당 200명을 보는게 아니라 30명 20명을 보더라도 정말 세심하고 면밀하게 보는 환경을 만들어야만 하는게 이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길입니다.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장 붙어있는 의사들의 처우 개선이 말 그대로 삶의 질, 죽음의 질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희들은 돈을 많이 받잖아. 라는 시선으로 보기에는 

우리 삶에 깊게 파고들고 있는 이야기이며, 우리의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죽음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너무 늦습니다.

이러한 책을 읽고, 정책을 만들면 좋겟네요. 신해철법같이 아무 생각없이 만드는 법 말구요.. 



만약은 없다
국내도서
저자 : 남궁인
출판 : 문학동네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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